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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당했는데도 놓지 못하는 나, 그건 사랑일까?

by milk-daddy 2025.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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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외도를 알게 된 후, 나는 예상했던 감정들과는 전혀 다른 곳에 서 있었습니다.
분노와 실망, 배신감이 밀려왔지만, 그보다 더 이상했던 건 ‘왜 나는 오히려 더 그녀에게 집착하고 있지?’ 하는 감정이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배신당했는데, 왜 내가 더 아프고 더 매달리고 있는 걸까요?

한때는 "그래, 우리 끝내자"는 말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을 뱉은 후,
오히려 더 그녀가 그리워졌고, 떠나가버릴까 봐 불안해졌고,
그 사람의 모든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마음이 휘청이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과연 사랑일까요? 아니면 상처받은 내 마음이 만들어낸 착각일까요?


🔍 외도 이후, 왜 나는 더 집착하게 되었을까?

1. 버림받을까 봐 무서운 마음

배우자의 외도는 단순한 배신이 아니라,
내가 쌓아왔던 모든 신뢰, 감정, 관계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일입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버림받지 않기 위해’ 더 붙잡으려 하게 됩니다.
이건 약한 게 아닙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정서적 생존 반응이에요.
이 불안은 단순히 이별의 두려움이 아니라,
내가 ‘더 이상 가치 없는 존재’가 된 건 아닐까 하는 존재감의 위기이기도 했습니다.

2. 통제감을 잃은 사람의 본능

나는 이 관계의 주인이었습니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었어요.
함께한 시간과 신뢰가 있었기에, 내가 흔들리지만 않는다면 이 관계는 괜찮을 거라고.
그런데 아내의 외도는 그런 생각을 단숨에 무너뜨렸습니다.
내가 모르는 시간, 내가 알지 못하는 감정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이 관계에 대해 내가 통제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더 붙잡고 싶어졌습니다.
내가 끝을 정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죠.

3. 나만 뒤처진 듯한 감정

이런 상황에서는 상대방보다 내가 더 무너진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
어쩐지 자꾸 자존심이 상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을 다시 '되찾는 것'이 마치 나를 되찾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는 회복이 아닌데도, 다시 사랑받고 있다는 착각으로
내 상처를 덮으려 하는 거죠.


🧠 이 감정은 정말 사랑일까?

자꾸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이건 정말 사랑이 맞을까? 아니면 그냥 무너진 자존감 때문일까?"

솔직히 말하면,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순수한 사랑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여기엔 실망, 충격, 무너짐, 분노, 외로움, 불안이 함께 섞여 있습니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진짜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그래서 나는 지금, 나 자신에게 집중하려고 합니다

그 사람을 붙잡기 전에
무너진 내 마음부터 껴안아줘야 한다는 걸 이제야 조금씩 느끼고 있어요.
혼자서 다 버티려고 하지 않아도 되고,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됩니다.

사랑은 때로는 ‘붙잡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지키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용기이기도 하니까요.


💬 마무리하며 – 이 글을 쓰는 이유

이 글은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저처럼, 사랑했던 사람에게 상처받고도
왜 내가 더 아픈지 모르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당신이 겪는 그 감정은,
어쩌면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당신은 이상한 게 아니고, 약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사랑했고, 믿었고, 그래서 더 크게 부서졌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부서진 조각을 하나씩 다시 모아서
당신 자신을 회복하는 데 더 집중하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결국 나를 지킬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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